겨울 시 모음 - 겨울밤 감성 시 추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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겨울 시 모음

 

입김이 앞서고, 마음은 뒤늦게 따라온다. 창문에 맺힌 서리처럼 사소한 생각들이 겹겹이 쌓이고, 길모퉁이의 불빛 하나에도 괜히 오래 서 있게 된다. 추운 날의 외로움은 대단한 사건이 아니라, “오늘도 잘 버텼다”는 한 문장이 필요해지는 순간으로 온다. 

 

겨울 시 모음 - 겨울밤 감성 시 추천

 

겨울에는 시가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. 소리 내어 읽지 않아도, 문장 하나가 이불 끝처럼 몸을 덮어주는 느낌이랄까. 평소에는 시를 잘 찾지 않는데 겨울만 되면 나는 시 몇 편을 본다.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그렇겠지.

 


겨울에 사랑받는 시는 대체로 어렵지 않다. 화려한 비유로 멋을 내기보다, 기도문처럼 낮고 부드러운 말로 사람을 안아준다. “나만 이렇게 시린 게 아니구나” 하는 마음이 스르르 풀리면서, 놓치고 있던 숨이 제자리로 돌아온다. 연말과 연초의 마음은 얇고 잘 찢어지는데, 그런 때일수록 장식이 없는 따뜻한 직진이 더 강하게 남는다. 오늘의 온기가 내일로 이어지길 바라는 마음까지, 시는 조용히 챙겨준다.

 

 

 

 

겨울 하면 떠오르는 시인들

  • 백석: 눈이 내리는 풍경을 그냥 “예쁘다”가 아니라, 사람 냄새랑 쓸쓸함까지 같이 묻혀서 보여줘요. 겨울의 흰빛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더 외로워지기도 하는 그 지점.
  • 김광섭: 겨울을 ‘고요함’으로 다루는 쪽이에요. 소란이 멎고, 마음이 또렷해지는 계절의 느낌이 잘 살아 있어요.
  • 김현승: 겨울의 “내면”을 파고드는 느낌이 강해요. 눈·밤·침묵 같은 이미지가 마음속 깊은 데를 건드리는 타입.
  • 윤동주: 계절이 겨울이든 아니든, 읽고 나면 공기가 차가워지는 시인이에요. 깨끗하고 단정한 문장들이 겨울 아침 같은 느낌을 줘요.
  • (해외 쪽으로는) 로버트 프로스트: 겨울 숲, 눈, 멈춰 선 길 같은 이미지가 “겨울=사유”로 이어질 때 정말 잘 맞아요.

사람들이 이해인 시를 좋아하는 이유 (진짜로 딱 이것)

이해인 시는 겨울에 특히 사랑받는 편이다. 말이 어렵지 않고, 기도문처럼 부드럽게 안아주는 문장이 많아서다. 

 

어려운 비유로 한 바퀴 돌지 않고, “지금 마음이 이런가요?” 하고 정면으로 묻는 문장이 많다. 그래서 시를 잘 안 읽는 사람도 부담이 적어요. 누구를 훈계하지 않는다.  “그래도 괜찮다”는 말을 쉽게 남발하지도 않고. 대신 “힘들었겠다”를 먼저 놓아주고 그래서 위로가 ‘교훈’이 아니라 ‘동행’처럼 느껴지기도 한다.

 

 

 

 

새롭게 가는 길

- 박노해

​

1월은 새로 시작하는 달

고요히 홀로 촛불을 켜고

내 안이 새로와지는 달

​

새로와진 얼굴로 인사를 하고

새로운 걸음으로 일터를 항하고

새로운 마음으로 새 길을 찾는 달

​

1월은 새로 시작하는 달

낡은 옷이라도 새로 빨아 입고

지난 날의 쓰라림도 괴로움도

새로 짊어지고 길을 나서는 달

​

짐이야 무거울수록 좋아라

흰 눈 위에 더 깊은 발자국을 새기며

새로운 다짐과 새로운 기운으로

겨울 추위 속 봄을 위해 걸어가는 달

​

- 시집 『걷는 독서』(느린걸음, 2021)

 

겨울 나무에 관한 시 모음

 

겨울 바다- 김남조

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
미지(未知)의 새
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

그대 생각을 했건만도
매운 해풍에
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리고
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
불붙어 있었네

나를 가르치는 건
언제나 시간
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

남은 날은 적지만
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
기도의 문이 열리는
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

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
인고(忍苦)의 물이
수심(水深)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

 

 

- 김남조 〈겨울 바다〉, “추위로 마음을 세게 흔들어 놓고, 끝내는 기도처럼 다시 세워주는 시”이다. 겨울바다를 구경하러 간 게 아니라, 겨울바다 앞에서 허무와 그리움을 한 번 제대로 맞고 오는 느낌이죠. “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다” 같은 출발이 먼저 목을 서늘하게 잡고, 매운 해풍에 마음속 ‘진실’마저 얼어붙는 장면으로 더 깊게 내려간다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백석 〈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〉:

가난한 내가
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
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

나타샤를 사랑은 하고
눈은 푹푹 날리고
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(燒酒)를 마신다
소주(燒酒)를 마시며 생각한다
나타샤와 나는
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
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

눈은 푹푹 나리고
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
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
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
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
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

눈은 푹푹 나리고
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
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

 

-2024년 현역 시인들 설문조사 결과 ‘가장 좋아하는 시’, 
백석의 ‘백석전집’(실천문학사, 2003)에서

 

〈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〉는 사랑시인데, 동시에 “눈 오는 밤의 도피 계획서” 같기도 하다. 한 사람이 술잔 앞에 앉아(소주까지 등장하죠) 마음속으로는 이미 흰 눈길을 달리고 있어요. “가난한 내가… 사랑해서”로 시작해, 현실의 결핍을 숨기지 않고 바로 꺼내는 방식이 먼저 심장을 딱 잡습니다. 겨울 예쁜 시 모음이기도 해요.

 

<겨울 풍경>​

박남준

​

겨울 햇볕 좋은 날 놀러 가고

사람들 찾아오고

겨우 해가 드는가

밀린 빨래를 한다 금세 날이 꾸무럭거린다

내미는 해 노루꽁지만하다

소한대한 추위 지나갔다지만

빨랫줄에 널기가 무섭게

버쩍버썩 뼈를 곧추세운다

세상에 뼈 없는 것들 어디 있으랴

얼었다 녹았다 겨울빨래는 말라간다

삶도 때로 그러하리

언젠가는 저 겨울빨래처럼 뼈를 세우기도

풀리어 날리며 언 몸의 세상을 감싸주는

따뜻한 품안이 되기도 하리라

처마 끝 양철지붕 골마다 고드름이 반짝인다

지난 늦가을 잘 여물고 그중 실하게 생긴

늙은 호박들 이집 저집 드리고 나머지

자투리들 슬슬 유통기한을 알린다

여기저기 짓물러간다

내 몸의 유통기한을 생각한다 호박을 자른다

보글보글 호박죽 익어간다

늙은 사내 하나 산골에 앉아 호박죽 끓인다

문밖은 여전히 또 눈보라

처마 끝 풍경 소리 나 여기 바람 부는 문밖 매달려 있다고

징징거린다

 

 

 

사랑받는 이해인 겨울 시 모음 중 2편을 넣어보았습니다. 

 

겨울 편지

이해인

친구야
네가 사는 곳에도
눈이 내리니?

산 위에
바다 위에
장독대 위에
하얗게 내려 쌓이는
눈만큼이나
너를 향한 그리움이
눈사람되는 눈 오는 날

눈처럼 부드러운 네 목소리가
조용히 내리는 것만 같아
눈처럼 깨끗한 네 마음이
하얀 눈송이로 날리는 것만 같아
나는 자꾸만
네 이름을 불러본다

 

 

겨울 노래----이해인 수녀님.

​

끝없는 생각은

산기슭에 설목(雪木)으로 서고

슬픔은 바다로 치달려

섬으로 엎드린다

​

고해소에 앉아

나의 참회를 기다리는

은총의 겨울

​

더운 눈물은 소리없이

눈밭에 떨어지고

미완성의 노래를 개켜 들고

훌훌히 떠난 자들의 마을을 향해

​

나도 멀리 갈길을 예비한다

밤마다 깃발 드는

예언자의 목쉰 소리

​

오늘도

나를 기다리며

다듬이질하는 겨울

 

겨울에 관한 시 모음

 

겨울나그네 - 김현승(金顯承)



내 이름에 딸린 것들
고향에다 아쉽게 버려두고
바람에 밀리던 플라타나스
무거운 잎사귀 되어 겨울길을 떠나리라.

구두에 진흙덩이 묻고
담쟁이 마른 줄기 저녁 바람에 스칠 때
불을 켜는 마을들은
빵을 굽는 난로같이 안으로 안으로 다스우리라.

그곳을 떠나 이름 모를 언덕에 오르면
나무들과 함께 머리 들고 나란히 서서
더 멀리 가는 길을 우리는 바라보리라.

재잘거리지 않고
누구와 친하지도 않고
언어는 그다지 쓸데없어 겨울옷 속에서
비만하여 가리라.
눈 속에 깊이 묻힌 지난 해의 낙엽들같이

낯설고 친절한 처음보는 땅들에서
미신에 가까운 생각들에 잠기면
겨우내 다스운 호올로에 파묻히리라.

얼음장 깨지는 어느 항구에서
해동의 기적소리 기적(奇蹟)처럼 울려와
땅속의 짐승들 울먹이고
먼 곳에 깊이 든 잠 누군가 흔들어 깨울 때까지.

 

 

동지

​

마윤지

​

​

12월에는 흐린 날이 하루도 없으면 좋겠다

그런 약속이 있으면 좋겠다

​

놀이터엔 애들도 많고 개들도 많으면 좋겠다

살도 안 찌고 잠도 일찍 들면 좋겠다

조금 헷갈려도 책은 읽고 싶으면 좋겠다

어디든 갈 수 있는 차표를 잔뜩 사고 안 아프면 좋겠다

​

30만 년 전부터 내린 눈이 쌓이고

눈의 타입캡슐 매일의 타임캡슐

다 흘러가고 그게 우리인가 보다

짐작하는 날들이 슬프지 않으면 좋겠다

​

묻어 놓는 건 숨기는 게 아니라 늘 볼 수 있도록 하는 거지

그 무엇보다 많이 만져 보는 거지

나중엔 번쩍 번개가 되는 거지

오렌지색 같은 하늘이 된다 맛도 향기도

​

손가락이 열 개인 털장갑

이를테면 깍지

햇빛의 다른 말이다

 

- 마지막이 정말 예뻐요. “손가락이 열 개인 털장갑 / 이를테면 깍지 / 햇빛의 다른 말이다” — 겨울의 해가 짧아도, 손을 맞잡는 순간 햇빛이 생긴다는 식으로 끝나요. 동지라는 날이 “끝”이 아니라,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는 지점이라는 걸 시가 몸으로 납득시켜 주는 느낌. 12월의 겨울시 모음 추천으로 어린 아이의 마음처럼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.

겨울 시 모음 - 겨울밤 감성 시 추천

 

겨울시 모음 - 대표적으로 사랑받는 시인

  • 이해인: 〈겨울편지〉, 〈겨울 노래〉
  • 백석: 〈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〉
  • 윤동주: 〈겨울〉, 〈호주머니〉
  • 김현승: 〈겨울 나그네〉
  • 도종환: 〈겨울나무〉
  • Robert Frost: “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”

 

겨울 시 모음 - 겨울밤 감성 시 추천

 

 

요즘 시인들의 겨울

  • 황인찬 〈겨울빛〉: 겨울이 오면 오히려 “더 잘 보이는 것들”이 생기잖아요. 그 선명함을 차갑게, 그런데 이상하게 다정하게 잡아요.
  • 마윤지 〈동지〉: 해가 가장 짧은 날의 마음. “오늘을 통과하면 다시 길어진다”는 느낌이 조용히 남아요. 
  • 이자켓 〈복어 가요〉: 연말의 거리 공기, 목도리, 종소리 같은 생활 감각이 톡톡 튀는 겨울. 추운데 웃긴데 또 짠해요. 
  • 김소연 〈노는 동안〉: 제목은 겨울이 아닌데, 시가 겨울바람을 품고 있어요. 추운 계절을 견디는 상상력 쪽으로 가요. 

 

겨울 시 모음 - 겨울밤 감성 시 추천

 

 

겨울이 “제목부터” 박혀 있는, 믿고 읽는 겨울시

  • 김남조 〈겨울 바다〉: 겨울의 바다는 위로를 쉽게 주지 않아서 더 오래 남아요. 
  • 백석 〈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〉: 눈 내리는 밤의 사랑과 쓸쓸함을 한 번에. “설경 + 가슴” 조합의 끝판왕이에요. 
  • 박남준 〈겨울 풍경〉: 겨울 풍경을 ‘풍경’으로만 안 두고, 삶 쪽으로 데려와요. 
  • 송수권 〈겨울 강구항〉: 바닷바람, 포장마차, 12월—살아 있는 겨울의 촉감이 있어요. 
  • 오규원 〈겨울숲을 바라보며〉: 겨울숲을 보면 생각이 또렷해질 때가 있죠. 그 “또렷함” 쪽으로 갑니다. 
  • 유안진 〈지난겨울〉: 지나간 겨울을 꺼내 드는 방식이 담담해서, 오히려 세요. 
  • 최영철 〈홍매화 겨울 나기〉: 한겨울 매화 한 송이로 마음을 세워 세우는 시. 
  • 도종환 〈겨울나무〉: 앙상한 계절을 “끝”으로 보지 말자고, 단정하게 말해줘요.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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